여행이야기-국내

제주도에서 한달간 살아보기 - 3

yarok616 2013. 4. 27. 21:19

4월 23일.  화요일.

오늘은 쉬라는 듯 온종일 많은 비가 내린다.

이런날을 대비한 카드 - 서귀포 롯데시네마로 영화 지슬을 보러 간다.

지슬은 감자를 뜻하는 제주도 말 - 4.3사건의 아픔을 다룬 독립영화다.

 

 

 

 

불타오른 집에서 건져 올린 슬픈 지슬은 동굴 속 사람들에겐 일용할 한 끼 양식이 되었다.

씨감자는 훗날의 풍성한 수확을 위해 기꺼이 토막토막 잘리는 신세를 받아들인다.

슬픔과 기쁨의 경계에 세월이 보태지면 그 구분선은 희미해지며

대로 삶이 되고 그렇게 반복되는 삶이 역사가 된다.

 

영화 지슬이 희망에 대한 감자 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늙은 어멍의 지슬이 희망의 감자 씨가 되어

여기저기서 주렁주렁 열매 열렸으면 좋겠다.

                                                                                      <제주의 소리 기사 인용함> 

 

 

 

 

무거운 마음으로 영화 지슬을 감상했다.

미군정이 결정하고 군,경 및 서북청년단에 의하여 자행된 광란의 역사.

그러나 지금까지도 광란의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이 있다.

역사를 반성하지 않으면 아픈 역사는 또다시 반복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줄기차게 비가 내린다.

이마트 식당의 한쪽을 차지하고 도시락을 먹는다.

한결같이 같은 밥에 같은 반찬 - 입이 즐겁지는 않지만 맛있는 식단이다.

그러나 박기정씨는 우리가 고기를 먹지 않는 사실이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

 

강정 해군기지 현장을 지난다.

가림막으로 막혀있고 공사반대의 현수막이 난무한다.

정부의 공사강행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서귀포시 강정동 해군기지 공사현장.

공사장인 강정마을이 평화롭다. 오늘은 비가 오기에 공사를 쉬는듯....

 

대양해군을 위하여 제주해군기지는 꼭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과, 

 

 제주해군기지는 중국과 미국의 군사대립의 전초기지가 될 가능성이 크고

결과적으로 제주도가 강대국의 희생양이 될 우려가 있으니 반대한다는 시민단체....

사진은 문정현 신부.

 

찬성이든 반대든 모두 맞는 주장이다.

정답은 우리나라가 자주적이고 국력이 강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사실이다.

 

강정 바로옆에는 중문관광단지가 있고.

그곳 바닷가에는 천제연폭포가 있다.

빗줄기가 주룩주룩.....천제연폭포에서는 폭포수가 화끈한 낙하를 연출한다. 

 

 

삼나무 숲길이 아름다운 길.

본래 제주도는 목축을 했기에 대부분 민둥산이었으나 60년대 조림사업을 하면서

방풍림으로 일본 삼나무를 심었고, 삼나무가 제주도에서 잘 적응하여

오늘의 아름다운 제주도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삼나무를 쑥대낭이라고도 하는데 대나무처럼 쑥쑥 크는 나무라는 의미로

제주도 사람들이 쓰는 말이다.

 

현지에서 조달된 재료로 준비한 풍요로운 자연식 저녁 밥상.

쑥부침개, 달레무침, 미역무침, 게볶음, 톳무침, 쑥된장국, 갓걷저리, 김치, 잡곡현미밥.

 

환자인 박기정씨가 환자답지 않게 잘 드신다.

방사선치료를 받으며 밥을 못먹어 힘들었는데 짜장면이라도 먹으면 살것같아 먹고나서는

응급실로 향하며 죽는줄 알았다는 분.

이제 자연식단으로 건강하시기를.... 

 

 

4월 24일. 수요일.

비가 그치고 나서 바람도 불지않는 쾌청한 날씨다.

하순자씨 부부는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저녁 6시 비행기로 돌아간다.

오늘은 고사리를 꺾기로 했다.

 

4월 중순 고사리장마가 끝나면 중산간 지역에는 고사리의 계절이 시작되고,

많은 사람들이 고사리를 꺾으러 산과 들로 쏫아져 들어간다.

 

 

 

4월 25일. 목요일.

다시 올레길 위에 섣다. 

14코스 한림항 ~ 저지 마을회관 19.3km를 걷는다.

 

갈매기가 한가롭게 쉬고 있는 협재해수욕장 주변.

 

  

선인장 자생지. 

 

 

4월 26일. 금요일.

오늘은 오름산행이다.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등.....

 

다랑쉬란 분화구가 달처럼 둥글다고 의미인데 한자로는 월랑봉으로도 불린다.

 

분화구를 향하여 오르는 길

 

다랑쉬오름의 분화구.

다랑쉬오름은 민둥산이다. 둥근 능선모습이  그림같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맞은편 오름은 나무를 심은 모습이 해학적이다.

 

아끈다랑쉬오름.  아끈은 작다는 의미.

 

 

다랑쉬굴....영화 지슬의 모티브를 제공한 바로 그 동굴.

 

용이 누운 모습이라는 의미의 용눈이오름은 곡선이 무척 아름답다.

오름의 초원에서 한우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용눈이 옆의 알오름.

누군가가 알오름의 굼부리 안에 자리를 잡았다.

제주도의 묘에는 왜 돌담을 둘렀을까?

첫째는 화입방지...좋은 풀이 나도록 매번 초지에 불을 놓는데 묘지에 번지지 않도록 하는 목적.

둘째는 우마방지...방목하는 소나 말의 접근을 못하도록 하는 목적.

셋째는 영역구분...가축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을 구분하는 목적.

 

영화 지슬 과 SBS드라마 이재수의 난  촬영지

 

초원의 말들이 한가롭다.

 

 

4월 27일. 토요일.

하늘이 구름 한점 없이 맑다. 햇빛에 반사되는 김녕 앞바다는 하늘과 같은 쪽빛이다.  

 

 

포구의 방파제를 거닐었다.

낚시하는 몇 사람만 있을뿐 갈매기 소리와 약한 파도소리 뿐이다.

 

물 속에 고기가 놀고있는 모습이 투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낚기꾼이 던져준 미끼는 물지 않는다.

낚시꾼은 연신 떡밥만 던져댄다.

 

방파제의 경사가 완만하니 낚시꾼은 아주 긴 낚시대를 사용한다.

아무래도 내가 준비한 낚시대는 짧아서 사용이 어려울듯 하다.

 

오후에는 바닷가로 향했다.

물도 많이 빠지니 톳이 지천이다.

미역은 전복의 먹이라서 채취하면 안되지만 톳은 상관이 없다고 한다.

 

하루 해가 저문다.

김녕해안에서는 일출과 일몰이 모두 보인다.

 

바닷가에서 채취한 톳을 민박집 옥상에 펼쳐 놓는다.

내일이면 잘 건조되겠지....살림꾼 알뜰부인은 가슴이 뿌듯하다

 

 

4월 28일. 일요일

오늘은 한라산 어리목에서 시작하여 영실까지 약 11km의 산행이다.

 

 

어리목 출발지점.

성판악에 비하면 아주 한가한 편이다.

  

고산지대에 이르니 넓고 평평한 지역을 산죽이 뒤덮고 있다.

예전에는 이곳이 말의 방목지였다고 한다.

 

 

 

윗세오름에서 영실로 하산길의 백록담의 웅장한 모습.

 

 

주목나무 고사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나무는 한반도에서만 자생한다.

특히 한라산 일대에 많은 주목이 군락을 이룬다.   

 

영실기암 주변의 암벽

 

돌아오는 길에 물영아리오름에 들렸다.

물영아리오름은 분화구에 습지가 형성되어 있어 람사르습지로 선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분화구 습지

 

오름 아래에는 맛있는 진짜 한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