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
화 암 사
안 도 현
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날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모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빛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사랑
찾아가는 길은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부처님 오신날 하루전, 화암사를 찾았다.
산속 깊은곳에 숨은듯 자리한.....
백제시대의 천년 고찰은 마치 오래된 흑백사진 같았다.
우화루, 극락전, 적묵당...
초파일 전날이지만 흔한 연등 하나 걸려있지 않았다.
"여긴 멀어서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
"건물이 상할까봐 단청을 않혀"
스님의 말씀이었다.
세상사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오랫만에 마음 푸근한 절집을 만난 것은 여행의 큰 행운이었다.
화암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내로라하는 큰 절집이 여럿 있었다.
조선시대 창건된 위봉사는 비구니절로 단아한 모습이다.
조선시대 축조되었다는 위봉산성.
신라시대 창건된 송광사(전남의 송광사가 아님)
<여행기간 2009.4.28. ~ 5. 1. / 전북 완주 / 김윤권, 송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