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퇴직
yarok616
2009. 2. 22. 23:50
1982.10월, 2년 3개월의 짧은 공무원 생활을 서둘러 마감하고
서울신탁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2009.1.22일까지 26년 4개월.
의원퇴직(준정년), 일곱 글자의 허무함으로 인생 2막이 끝나다.
그동안 잘 버텨왔으나 이제 나도 은행에 부담이 되었을 터.
돌이켜 보면 행복했던 시간들.
IMF를 지나고 하나은행으로 합병되는 등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무대는 늘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안락한 삶을 보장해 주었기에.
< 낙성대지점의 직원들 >
< 퇴직시 직원들이 사진액자 뒷면에 남겨준 메모들 >
낙성대하나은행은 선장인 내가 마지막 닺을 내린 항구.
함께 하선한 최현섭 차장은 계획대로 열심히 공을 치겠지.
키를 넘겨받은 이근수 차장은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겠고.
예쁘고 머리 좋은 정나연 대리의 쌍둥이 딸들은 많이 컸겠다.
엄마처럼 푸근한 최용미씨는 부산에 있는 남편을 그리워할까.
영원한 프로 장경희씨의 하해같은 옆지기 사랑 넘넘 부러웠어.
예쁘고 일 잘하는 김은영 대리 신랑은 전생에 무지 적선했겠지.
"누군가에게 잊혀지는 것"이 가장 슬프다한 완벽주의자 양수경씨,
춤을 좋아하는 신세대지만 누구보다 속이 깊은 이아리씨,
세상에...바빠서 장가 못가는 임대식씨.
배역들의 캐릭터가 하나같이 독특하지 아니한가.
아쉽지만 연극은 끝났고 돌이켜 보면 행복했던 무대.
반백이 되고나서야 굴러들어온 자유가 편안하다.
바다 한가운데 남겨둔 님 들이 보고 싶고 그립지만....
2009. 2월 / 김윤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