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봉하마을

yarok616 2009. 6. 15. 19:26

2009년 6월 13일,

우리 가족은 봉하마을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5월 23일 외로이 삶을 마감하신지 20일이나 지났지만

봉하마을에서 마지막 흔적이라도 찾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갑작스런 서거,

그리고 시청앞에서 국민장에 참석하면서 먹먹했던 가슴은

저나 집사람이나 지금도 변함없이 그대로입니다.

 

봉하마을은 진영읍 변두리의 평범함 동네였습니다.

공단도로를 지나야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 환경이 보잘 것 없었고,

야트막한 봉화산아래 터 잡은 집은

건물이 넓은 것 외에는 평범한 주택이었습니다.

비록 고향이지만 이런 곳에서 여생을 보내려 했다니

그 뜻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앞서 다녀간 참배객들이 마을회관에 남긴 글을 잃을 때마다

집사람의 어깨가 흐느낌으로 떨렸습니다.

원칙을 아니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성격이 서로 닮았기에

집사람이 느끼는 슬픔은 더욱 컷을 것입니다.

분향소에서 차례를 기다려 윤하와 함께 절을 올렸습니다.

봉화산 정토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부엉이바위입니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어린 시절 뛰어 놀던 바위위에서

삶을 마감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여집니다.

유해가 안치된 정토원에서

하얀 국화꽃을 제단에 올리고 절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유서를 다시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님을 떠나보낸 슬픔위에

현실정치의 비열함이 오버랩되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심정이었겠지요.

내 마음을 대신 표현하는 것 같아

다음 글을 인용합니다.


<감히 따라가 헤아려 본 노 대통령님의 심정>


돈벌어 나 혼자 호의호식 하려고 했으면 변호사 계속 했다.

힘없는 사람도,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도 열심히 일하면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 정치에 뛰어들었다.

남북으로, 전라도 경상도로, 이념으로, 빈부로 나눠 갈등하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한번 구해 볼까 하는 마음에 정치에 입문했다.

강금원, 박연차, 이기명... 등 뜻있는 분들의 금전적 후원과,

노사모와 많은 국민의 헌신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참여정부라 불렀다.


50여년간 이 나라는 친일세력 군부독제 정경유착으로 돈 번 부패재벌 보수신문 등

보수 라는 가면을 쓴 부정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들과 결탁 않고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는 길은

주인인 국민을 참여 시켜야 한다는 생각 에 참여정부라 했다.

국민만이 유일한 나의 빽이라 믿었기에 검찰권마저 되돌려 주었다.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국민의 지지는 반드시 따라오리라 믿었다.

성공하리라 확신했다.


오판이었다....

보수라는 세력의 저항은 강했고 꼬투리만 잡는 조중동 신문,

TV편파방송에 믿었던 국민 들마저

그들의 집요한 이간질에 하나둘씩 멀어져만 갔다.

아!~ 어쩌면 좋아? 국민만 믿었는데...

그것만이 나의 힘이라 믿고 설쳐댔는데...

더 이상 정치를 할 이유가,

대통령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회의가 들었다. 그만두고 싶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국익을 위해 몇 가지 정책을 폈더니,

진보 쪽에서도 공격해왔다.

나도 진보일 텐데, 그들은 나를 얼치기 진보라 몰아부쳤다.

의외의 공격이 더 무서웠고 서러웠다.

5 년 내내...


더뎌~ 임기 끝나고,

와~아!~~~~ 기분 좋다!! 고함쳤다.

5년간 쌓였던 피로가 한방에 날라갔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겨주는 그 눈빛이 너무 좋았다.

지지자들에게 “강물은 굽이치지만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멋진 멘트도 날렸다.(사실 이말은 명계남꺼 슬쩍했다.)

이들을 실천하기 위해 준비도 해야 했고,

동네사람들과 오리농법으로 농사도 지어야 하는 등 쉴 새 없이 분주했다.

그리고, 많은 방문객이 찾아주어 인사도 해야 했다.

“그렇게 욕하더니만, 왜 왔어요?” 농담도 건넸다.

사실... 반은 진담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조용히 살줄 알았는데, 이게 웬일?

내가 뇌물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들은 집권하자마자 집요하게 나를 조사한 모양이다.

난 돈보다 지지자들의 따뜻한 눈빛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평생 나만 보면 열광하는 따뜻한 그들의 가슴을 먹고 살았다.

돈이 탐날 이유가 없다.

돈 벌려고 했으면 변호사 계속했지

뭐 하러 정치판에 뛰어 들었겠는가?

다른 사람은 모르지만 난! 그렇지 않다.

정치적 득실을 따져 정치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바보 노무현이라 했고,

부족한 나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것이 아닌가 생각 한다.


전직 대통령의 대부분이 로비에 곤욕을 치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자식 놈 미국으로 보냈다.

그 과정에 정상문 비서와 박연차가 자식 놈 위한답시고 돈을 보낸 모양 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될 줄은 몰랐던 것 같다.

이 사실을 재임 중 내가 알았냐 몰랐냐 하는 것이 검찰 조사의 핵심인데,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검찰은 흘리고, "기자들은 설마 몰랐겠냐?" 에서

"틀림없이 알았을 거야"로 온 국민에게 중개방송 했다.

재판정에 서기 전에 나의 재판은 이미 유죄로 결론 난 셈이다.

억울한 피해자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피의자의 권리조차

나에게 주지 않으려는 듯 몰아부쳤다.

진실을 말했다.

“집에서 한 일이라 몰랐다” 하니,

구차한 변명이라 하였다.

정말 구차했다.


지지자들마저 혼란에 빠졌고,

“전두환 노태우는 몇 천억씩 해먹었는데,

그것 조금 가지고” 라며 나를 위안하려 한다.

마음이 아프다.

나와 지지자를 이간시키고 나아가 진보진영의 분열 몰락을 노리는

그들의 속셈은 보기 좋게 달성된 셈이다.

이 지경에 몰리게 되니 잠이 오질 않는다.

모두 내 죄다.

내가 부족해서다.

재판정에 서면 난 무죄일 수밖에 없다.

결백하다.

하지만 난 이미 국민으로부터

“설마 몰랐을까?”의 중죄를 받았다.

무슨 능력으로 결백을 증명하여

그들의 멍든 가슴을 치유한단 말인가?

참 구차하다.

집 밖을 나갈 수 없다.

얼굴을 들 수 없다.

몸도 마음도 망가졌다.


집요한 수사로 오랜 후원자이자 영원한 동지인

강금원, 오랜 친구 정상문, 이광재, 안희정...

나를 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나로 인해 이들이 고통 받으니 그 고통 또한 적지 않다.

이쯤에서 그들의 고통을 덜어 줘야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신세진 게 얼만데 무슨 염치로 지켜본단 말인가?

앞으로도 나를 아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진 빚을 갚는 일이 고작 이 방법밖에 없다 생각하니 서글프다.


이번일로 집에서 미안해한다.

미안해 하지마라.

혼자 남겨두고 떠나는 내가 더 미안하다.

원망하지 마라.

부족한 내가 더 초라해 질뿐이다.

사랑한다. 

여기까지가 우리의 운명이다.

 

집사람 따돌리고,

저승으로 향하는 길에 부모님께 인사드렸다.

어릴 적 놀던 부엉이 바위.

부엉이가 날아서 부엉이 바위라 불렀겠지?...

날자.

한 번 날아보자.

부엉이 되어 날아보자.

처음 하는 날개 짓 서툴겠지만

내가 누구냐

노무현 아니냐


한 번 부딪혀 보자.

되도록 쎄게,

아프게,

부딪혀 보자.


세상의 잡다한 고통 다 가져 갈 수 있다면,

속세에 내 허물 한 번의 고통으로 씻을 수 있다면

어디 한 번 부딪혀 보자!

좀 더 세게 부딪혀 볼란다.


이승에서의 인연들을 위해

힘없는 노무현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의 몸짓이라 생각하고

힘껏 날아야겠다.................


사랑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이승의 끝에서...


(대통령님의 고통의 순간을 감히 헤아려 본 한 국민의 생각입니다.)

2009. 5. 26 백태백   

 

아쉬움을 뒤로 하고 봉하마을을 벗어났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로까지 차들이 빼곡합니다.

이토록 먹먹한 가슴은 언제나 저며 들런지......

뒤늦은 후회입니다.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음이 죄스럽습니다.

세상사 시름 없는 곳에서 부디 영면하소서!!!!  

 

2009.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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